우리는 보통 소설은 재밌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읽고, 비문학 책은 정보 전달을 위해서 읽는다.
그렇다면 수필은 왜 읽을까? 나는 사람이 궁금해서 읽는다.
그런 점에서 피천득의 수필집 『 인연 』 은 작가를 가장 잘 담아낸 책이라고 생각한다.
목차
자꾸만 생각나는 책, 『 인연 』
인연 또한 나와 오래 함께한 책 중에 하나이다.
인생책 하면 첫번째로 꼽는 『 서양미술사 』 보다 먼저 알게 된 책이니 햇수로 10년은 지난 것 같다.
그동안 참 많이도 읽었고, 선물한 책이기도 하다.
『 인연 』 이 쉽게 알 수 없는 엄청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아니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각나고 주기적으로 펼쳐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?
나는 그것이 저자의 인간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.
이 책에는 저자 피천득 선생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.
현대에 쉽게 느낄 수 없는 이런 따스함을 느끼고싶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.
그래서일까, 매년 찬 바람 불 때면 생각나는 책이 되었다.
가나 아니 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
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『인연』, 피천득
금아(琴兒) 피천득
거문고를 타고 노는 때묻지 않은 아이라는 뜻을 가진 호 ‘금아(琴兒)’에서 알 수 있듯이 피천득 선생님은 천진난만한 사람이셨던 것 같다.
수필집 곳곳에서 정말 아이같은 천진한 모습을 볼 수 있다.
지식인의 허영이나 거만함이 아닌 호기심과 사랑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오신 것 같다.
2007년도에 별세하셨는데 나와 겹치는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.
내가 지금과 같은 생각을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었다면 피천득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한번 만나러 가봤을 것 같다.
서영이
책 전체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챕터가 ‘서영이’ 이다.
서영이는 피천득 선생님의 딸의 이름이다.
수필을 읽다보면 서영이를 향한 시선에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.
서영이에 대한 글 밖에 없어서 처음에는 피천득 선생님이 딸만 있는 줄 알았으나 아들이 두명이나 있었다.
말년에 너무 딸만 사랑한 것 같아서 좀 후회된다고 하셨다는데 책에서는 아들의 내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아들들은 꽤나 서운함을 느꼈을 것 같다.
내가 쓰고싶은 글
이렇게 따뜻한 느낌을 주는 글을 쓰고싶다.
『 칼의 노래 』에서 보여주는 김훈 특유의 명확한 문장을 좋아한다.
하지만 결국 내가 쓰고싶은 글은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과 같은 글일 것이다.
책을 읽고 나서 피천득 선생님과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.
저자를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이 수필의 매력이 아닐까?
비록 10년도 전에 타계하셨지만 이 책으로 그의 일부라도 알 수 있어 참 영광이라고 생각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