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책 리뷰] 하얼빈 / 최애 작가 김훈의 신작 소설

By: Matthew Bak

김훈의 문장을 좋아한다.
김훈은 글로 장면을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작가이다.
그런 김훈이 신간 소설을 내놓았다.
제목은 하얼빈, 안중근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.

내가 김훈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아내가 재빠르게 선물해주었다.

하얼빈의 안중근은 칼의 노래에서 보았던 이순신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.
김훈의 문체 때문일까?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.
뭔가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느낌이 아니라 늘 보던 사람을 다른 곳에서 만난 느낌이든다.
참신하지 못하다.

언제나 그렇듯 김훈은 안중근이나 이토 히로부미의 성격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.
작중 인물의 행동이나 말투로 성격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.

뻔한 위인전이나 역사책 처럼 안중근의 삶이나 애국심에 대한 책이 아니다.
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 일주일간 안중근의 행적을 쫒는 책이다.
막연하게 그냥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가서 총으로 빵빵 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보다 선명하게 뇌리에 각인되었다.

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일주일은 나의 막연한 상상에 비해 훨씬 더 가난하고 고달파 보였다.

하얼빈을 가게 된다면 안중근 의사의 총격 자리를 꼭 한번 가보고싶다.
소설 속의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.

질문이 답변을 누르지 못했다. 질문과 답변이 부딪쳐서 부서졌고, 사건의 내용을 일정한 방향으로 엮어나가지 못했다. 답변이 질문 위에 올라탈 기세였다.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힘주어 말했다. 진술은 유불리를 떠나 있었다.김훈, 하얼빈 중

안중근이 심문받는 장면을 묘사한 문장이다.
죄를 지은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떳떳하고, 그를 심문하는 사람은 이에 곤욕을 치른다.
잔재주나 편법없이 진실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.

빠르지 않아도 같은 방향으로 반드시 움직이는 한발자국은 그것이 향하는 사람에게 더 큰 위압감을 준다.

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소설이다.
김훈의 책은 항상 읽으면서 소설이라는 점을 잊게 만든다.

그래서 실제 안중근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.

김훈의 하얼빈을 읽으면서 안중근과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.
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안중근과 소설의 안중근의 차이 때문에 걱정스럽기도 하다.

전반적으로 이전의 분위가 반복되는 것 같아서 불만이었다.
하지만 비록 가상이라도 새로운 인물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여전히 재밌는 일이다.

그래도 김훈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는 확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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